붉은 악마만 이겼다

붉은 악마만 이겼다

입력 2010-10-13 00:00
업데이트 2010-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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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능성은 무한하다’ 73번째 한일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파란빛 울트라 닛폰 응원단이 내건 플래카드는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일본 축구 대표팀은 지난 9월 파라과이에 이어 나흘 전 아르헨티나마저 물리치며 파죽지세의 여세로 현해탄을 건너왔지만 이번에도 한국의 드높은 벽은 넘지 못했다.

 1954년 첫 대결 이후 일본에게 한국은 가까우면서도 넘을 수 없는 산이었다.무한한 가능성도 한국 앞에서는 유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 고개 숙이고 자리를 뜨는 일본 응원단의 발걸음은 한결 무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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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 나타난 안중근 의사 현수막 12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ㆍ일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경기 시작 전 한국팬들이 안중근 의사의 얼굴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축구장에 나타난 안중근 의사 현수막
12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ㆍ일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경기 시작 전 한국팬들이 안중근 의사의 얼굴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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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부로 끝난 한일전 12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ㆍ일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0대0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한국대표팀이 관중석을 향해 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무승부로 끝난 한일전
12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ㆍ일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0대0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한국대표팀이 관중석을 향해 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국에게 한일전은 상대 전적과는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이겨야 하는 숙명이다.게다가 한국 대표팀에겐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르는 최종 모의고사인 만큼 승리는 더욱 각별했다.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었지만 경기 결과는 0-0 무승부.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관중석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들은 일찍부터 응원전을 펼쳤다.북소리와 함께 울려퍼진 부부젤라 소리는 일찌감치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을 긴장시켰다.

 노란 복장의 취타대의 행진과 함께 결전의 순간이 다가오자 6만여 명의 붉은 악마들은 본격적은 응원에 들어갔다.

 안중근 의사의 대형 수묵화를 내거는가 하면 거북선을 뒤로 한 이순신 장군의 대형 초상화까지 등장시킨 도발적인 응원도 선보였다.

 남서쪽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400여 명의 일본 응원단의 반격도 거셌다.

 대형 일장기를 흔들던 울트라 닛폰은 90분 내내 일어서서 북소리와 함께 응원구호를 드높였다.

 응원에선 일방적인 대승을 거뒀지만 그라운드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그라운드가 좁아 보일 정도로 양팀 모두 치열한 압박 플레이를 펼쳤지만 서로 골을 주고받지 못한 채 경기는 마무리됐다.

 관중석 중앙에 흰 한복 차림으로 사각형으로 둘러앉은 100여 명의 노인들은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자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일제 강제징용자 보상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 경기장을 찾은 노인들은 축구를 통해서나마 대리 만족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는 표정이었다.

 U-19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여자대표팀 선수들도 경기장을 찾아 한국의 골문 앞 찬스 때마다 엉덩이를 들썩이며 큰 소리로 응원했다.

 차마 자리를 뜰 수 없었는지 선수들은 0-0 종료를 알리는 전광판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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