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울산이 새달 15일 제주와의 K리그 10라운드 경기를 충남 서산에서 치른다. 홈구장인 울산문수축구장부터 경기가 열릴 서산종합운동장까지는 379.31㎞. 자동차로 무려 4시간 30분이 걸린다. 그런데 ‘홈경기’란다.
서산에는 올 시즌 K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현대오일뱅크의 본사가 있다. 오일뱅크는 후원계약 때 프로축구연맹에 서산 경기를 요청했다. 직원 사기진작과 축구 외연 확대 차원이었다. 오일뱅크 사장은 울산 호랑이축구단의 사장.
처음엔 난색을 표했던 상대팀 제주도 결국 서산경기를 승낙했다. 제주는 SK이노베이션이 운영하기 때문에 공교롭게도 ‘정유업계 라이벌전’ 의미까지 더해졌다.
울산팬들은 분노했다. “홈팬을 무시한 처사다. 스폰서 눈치 보느라 연고지를 버린 격”이라고 말했다. 단발성 항의가 아닌 남은 시즌 서포팅을 보이콧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팬은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 울산을 좋아하는 죄밖에 없는데 내 팀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며 흥분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대기업의 입맛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에 착잡함을 감추지 못한 것. 일단 한 경기지만 ‘필요에 의해’ 어느 순간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K리그 골수팬들이 안양을 떠난 FC서울을 북패(륜), 부천을 떠난 제주를 남패(륜)라고 부르는 이유와도 상통한다.
연고 무시 외에도 문제는 있다. 서산에는 야간라이트 시설이 없어 낮 경기로 치러야 한다. 원래 오후 5시로 예정됐던 경기는 그래서 두 시간 당겨졌다. 경기장도 엉망. 본부석 쪽 스탠드를 제외한 나머지 삼면은 모두 잔디다. 제대로 된 매표소도 없고 화장실도 좁다.
울산 구단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서산 경기에 왕복차량을 제공할 예정이고, 다양한 지역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서산 경기를 멀리서나마(?) 볼 수 있도록 공중파 방송, 최소한 울산지역방송 생중계를 알아보고 있다.
울산 송동진 부단장은 “과거 울산이 마산, 창원 등지에서 치른 경기가 ‘경남FC’ 탄생의 발판이 됐다. 축구판의 외연을 확장하자는 대의적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다. 하지만 연고 개념이 확실한 프로야구라도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지역연고 정착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팬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K리그라면 ‘개리그’ 오명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서산에는 올 시즌 K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현대오일뱅크의 본사가 있다. 오일뱅크는 후원계약 때 프로축구연맹에 서산 경기를 요청했다. 직원 사기진작과 축구 외연 확대 차원이었다. 오일뱅크 사장은 울산 호랑이축구단의 사장.
처음엔 난색을 표했던 상대팀 제주도 결국 서산경기를 승낙했다. 제주는 SK이노베이션이 운영하기 때문에 공교롭게도 ‘정유업계 라이벌전’ 의미까지 더해졌다.
울산팬들은 분노했다. “홈팬을 무시한 처사다. 스폰서 눈치 보느라 연고지를 버린 격”이라고 말했다. 단발성 항의가 아닌 남은 시즌 서포팅을 보이콧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팬은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 울산을 좋아하는 죄밖에 없는데 내 팀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며 흥분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대기업의 입맛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에 착잡함을 감추지 못한 것. 일단 한 경기지만 ‘필요에 의해’ 어느 순간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K리그 골수팬들이 안양을 떠난 FC서울을 북패(륜), 부천을 떠난 제주를 남패(륜)라고 부르는 이유와도 상통한다.
연고 무시 외에도 문제는 있다. 서산에는 야간라이트 시설이 없어 낮 경기로 치러야 한다. 원래 오후 5시로 예정됐던 경기는 그래서 두 시간 당겨졌다. 경기장도 엉망. 본부석 쪽 스탠드를 제외한 나머지 삼면은 모두 잔디다. 제대로 된 매표소도 없고 화장실도 좁다.
울산 구단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서산 경기에 왕복차량을 제공할 예정이고, 다양한 지역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서산 경기를 멀리서나마(?) 볼 수 있도록 공중파 방송, 최소한 울산지역방송 생중계를 알아보고 있다.
울산 송동진 부단장은 “과거 울산이 마산, 창원 등지에서 치른 경기가 ‘경남FC’ 탄생의 발판이 됐다. 축구판의 외연을 확장하자는 대의적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다. 하지만 연고 개념이 확실한 프로야구라도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지역연고 정착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팬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K리그라면 ‘개리그’ 오명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1-04-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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