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버저가 울리자 ‘괴물센터’는 육중한 몸을 일으켜 펄쩍 뛰어올랐다. 땀이 묻은 유니폼을 벗어 관중석으로 던지더니 이내 강은식 세 글자가 박힌 유니폼을 챙겨 입었다. 시즌 내내 든든히 뒤를 받쳐 줬지만 지금은 부상으로 병원에 있는 ‘형님’을 향한 진한 우정이었다. 우승 티셔츠와 모자를 쓴 하승진(KCC)은 누구보다 높은 곳에서 누구보다 크게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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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진 선수가 26일오후2010-2011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원주동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컵에 뽀뽀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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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진 선수가 26일오후2010-2011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원주동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컵에 뽀뽀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야흐로 ‘하승진 시대’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김주성이라는 산(山)을 뛰어넘겠다.”던 하승진(26)은 ‘연봉킹’ 김주성(동부)에게 절망을 안기고 자신의 시대를 선포했다. 기자단 유효표 75표 중 66표를 얻어 생애 첫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토종 빅맨’의 패러다임이 김주성에서 하승진으로 바뀐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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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돋보인 활약이었다. 하승진은 이번 포스트시즌 13경기에서 평균 16.5점 10리바운드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6강에서 만난 삼성도, 4강에서 상대한 전자랜드도, 결승에서 대결한 동부도 하승진이 버티는 KCC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기록지에 쓸 수 없는 쏠쏠한 활약도 하승진 몫이었다. 코트에 화끈하게 기름을 부었다. 덩크를 찍고 환호하는 건 기본이고, 박수를 유도하는 오버액션도 잊을 만하면 했다. 트래시 토크도, 손가락질도 불사하며 기싸움의 선봉에 섰다.
사실 하승진은 ‘키(221㎝)로 농구한다.’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별명도 가만히 서 있는 허수아비를 빗댄 ‘하수아비’. 루키였던 2008~09시즌 챔피언에 올랐지만, 추승균·마이카 브랜드·신명호·강병현 등의 지원 사격이 워낙 좋았다. 지난해 챔프전 때는 종아리 부상으로 단 두 경기(총 8분 53초 출전)에 나선 게 전부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프로 세 시즌째, 한층 원숙해졌다.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리를 메워 주던 백업센터 강은식이 챔프전 중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하승진은 호흡을 고르기 힘들 만큼 헉헉대면서도 ‘부상 병동’의 중심축을 자처했다. 골밑슛과 피딩 능력, 외곽으로 빼주는 살아 있는 패스 등 ‘신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일취월장했다. 약점인 자유투도 승부처에서는 어김없이 림을 갈랐다.
하승진은 “내가 받을 상이 아니다. 많이 버벅대고 실수했는데도 동료들이 믿어 주고 찬스를 만들어 줬다.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며 기뻐했다. 이어 “챔프전은 ‘전쟁’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강한 마음을 갖고 코트에 섰다. 보기 불쾌할 정도의 제스처와 트래시 토크를 했는데 새 시즌엔 성숙한 경기력으로 말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허재 KCC 감독은 “강은식이 없어서 힘들었을 텐데 승진이가 참 잘 버텼다. 체력과 포스트 피벗 능력이 많이 늘었다. 앞으로 발전할 일만 남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년 전 “(하)승진이는 아직 상 받을 일이 많다.”며 추승균을 챔프전 MVP로 추천했던 허 감독은 대들보로 훌쩍 커버린 ‘괴물센터’의 모습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