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된 ‘핸드볼 득점왕’ 조효비, 그녀의 미소 언제쯤…

실업자 된 ‘핸드볼 득점왕’ 조효비, 그녀의 미소 언제쯤…

입력 2011-05-14 00:00
업데이트 2011-05-1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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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핸드볼코리아컵 득점왕 조효비(20)가 사라졌다. 국가대표팀에도, 인천시체육회에도 없다.

현재 조효비는 실업자다. 공을 안 잡은 지 50일이 넘었고, 헬스장에서 혼자 기약 없이 땀 흘리고 있다. 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뛸 곳이 없다. ‘차세대 윙어’로 주목받던 조효비가 왜 이렇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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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비 핸드볼선수
조효비 핸드볼선수




조효비는 “핸드볼을 다시 할 방법은 딱 세 가지예요. 해외에 나가거나 대학 입학을 하거나 인천시체육회(전 소속팀)에 싹싹 빌고 들어가거나….”라고 했다. 시무룩했다. 조효비는 지난 3월 인천시체육회에서 ‘퇴직’ 처리 됐다. 마무리는 아름답지 못했다. 조효비는 딱딱하고 억압적인 팀 분위기가 너무 힘들어 떠나고 싶었고, 그 사실을 들은 인천시체육회 임영철 감독은 공들여 키운 제자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떠나려는 선수와 잡으려는 감독은 얼굴을 붉혔고 고성도 오갔다.

인천의 전신 벽산건설 때 맺은 7년 장기계약도 문제가 됐다. 2년 차 조효비는 인천으로 옮기며 기존 계약은 효력을 잃었다고 했고, 임 감독은 계약금(4000만원)의 3배를 물어야 그만둘 수 있다고 맞섰다. 할머니와 자란 ‘소녀 가장’인 조효비는 위조 계약서를 내미는 스승에 “내가 바본 줄 아느냐. 법대로 해 보자.”고 버럭 화를 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사직서가 수리됐다.

다른 팀에서 뛰고 싶지만 그러려면 전 소속팀 인천시체육회의 이적 동의서가 필요하다. 원죄(?)가 있어서 임영철 감독이 해 줄 리 없단다.

실업팀 없이 대한핸드볼협회 소속으로 국가대표팀 경기에만 나서는 방법도 있다. 지난달 24일 한·일전에 나섰던 김차연, 강지혜처럼. 한·일전에 일본에서 뛰는 장소희(33·소니)를 긴급 호출할 만큼 조효비가 뛰던 레프트윙 자리에 선수가 없다. 하지만 협회는 몸을 사리고 있다. “효비를 대표팀에 뽑으면 (인천 소속인) 김온아, 유은희를 빼 가겠다.”는 엄포를 들은 까닭이다.

조효비는 막막하다. 궁지에 몰린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규율이 센 인천팀에 적응하지 못해 떠나고 싶었을 뿐인데,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고 커질 줄은 몰랐단다. 10년 넘게 핸드볼만 해 왔다. 집에서는 유일한 수입원이다. 할머니는 “내년 올림픽에 나갈 수 있기는 한 거냐.”라며 어린 손녀에게 눈물을 보인다. 핸드볼 선수들과 연락을 끊은 조효비지만 안 좋은 소문들은 계속 들려 온다. “감독 선생님도 내가 괘씸하긴 할 거야.” 싶다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야속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인천팀에 다시 들어가는 건 싫단다.

인천시체육회 관계자는 “조효비요? 3월에 사표 쓰고 나갔습니다. 그게 다입니다.”라고 했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능력 있는 선수가 코트에 설 수 없는 현실은 안타깝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1-05-1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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