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 차 없어 유리… 男마라톤 기록 21초 단축
남자 마라톤 세계신기록이 3년 만에 21초 단축됐다.케냐의 철각 패트릭 마카우(26)는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마라톤 42.195㎞ 풀코스에서 2시간 3분 38초를 찍고 우승했다. 2008년 대회에서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8·에티오피아)가 작성한 세계기록(2시간 3분 59초)을 21초 앞당겼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마카우는 마지막 12㎞를 독주한 끝에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이 대회에서 4년 연속 우승하고 두 번이나 세계기록을 경신한 게브르셀라시에는 27㎞를 지난 지점에서 부상을 호소하며 뒤처지다가 결국 기권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카우는 “새 시대가 열렸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경험을 쌓는 데 초점을 맞췄고 레이스 전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지만 모든 게 잘 풀려 세계신기록과 함께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게브르셀라시에와 같은 위대한 선수를 이기고 그의 기록도 깬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면서 “내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역대 6위 기록인 2시간 4분 48초를 찍고 우승한 마카우는 2001년부터 장거리 종목을 시작한 베테랑이다. 2007년과 2008년 베를린 하프마라톤에서 우승하는 등 하프마라톤을 주름잡다가 지난해부터 정식 마라톤 코스에서 뛰기 시작하며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한편 마카우의 세계기록 경신으로 베를린 마라톤 코스가 ‘세계기록의 산실’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이 코스에서 남자 세계기록이 작성된 것은 이번이 5번째다. 여자(3개) 기록을 합치면 총 8개의 세계기록이 이곳에서 나왔다. 런던·로테르담 마라톤과 더불어 베를린 마라톤은 기록이 잘 나오는 대회로 통한다.
역대 마라톤 기록 중 1~7위의 기록이 이 세 곳에서 작성됐다. 시즌 초반인 4월에 열리는 런던·로테르담 대회와 달리 베를린 대회는 선수들의 컨디션이 정점에 이르는 가을에 열린다. 출발점과 결승점의 높이가 각각 34m와 27m로 큰 차이가 없는 등 지면이 평탄하고 표고 차가 적어 선수들이 체력을 아낄 수 있다. 또 베를린 시내를 비교적 복잡하게 관통하지만 출발선과 결승선을 잇는 직선거리가 전체 코스의 50%(21.0975㎞)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규정에 맞는 왕복 코스여서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스티븐 크웰리오 켐래니(2시간 7분 55초)와 에드윈 키마이요(2시간 9분 50초)가 각각 2, 3위에 올라 케냐가 메달을 싹쓸이했다. 여자부에서도 케냐의 플로렌스 키플라갓이 2시간 19분 43초로 우승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11-09-2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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