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모델 류지혜 “우리는 자부심 가진 직업인”
“레이싱 경기장에는 저희를 보러 오는 분도 계시고 경기를 보러 오는 분도 계세요. 저희는 팬들과 선수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레이싱 모델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픕니다.”레이싱 모델 류지혜(24)는 최근에 올라온 트위터 글을 보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한 스포츠 채널의 남자 아나운서가 최근 야구장에서 활동하는 후배 여자 아나운서들의 노출 의상을 꼬집으면서 레이싱 모델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 아나운서는 “레이싱의 인기를 깎아내린 것은 레이싱 모델”이라며 한국의 레이싱 대회가 관심을 온통 레이싱 모델 쪽으로 빼앗긴 탓에 인기를 잃은 것처럼 야구도 그런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단정했다.
야구와 방송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레이싱 모델 때문에 레이싱이 인기를 얻지 못한다는 억지 주장을 펼친 셈이다.
류지혜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아나운서가 그 직업에 관해 어떤 말을 하든 관계가 없지만 난데없이 내가 사랑하는 내 직업을 깎아내리니 분통이 터졌다”며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류지혜는 이 아나운서의 트위터 계정에 “각자 직업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면서 섣불리 언급해 유감”이라는 뜻을 전달했고 이 아나운서는 류지혜에게 “내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사과한 뒤 계정을 삭제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 최연소 레이싱 모델로 활동한 류지혜는 이런 오해를 받을 때가 가장 힘이 든다고 털어놨다.
굽 높은 구두를 신어서 생긴 허리 통증이나 카메라 플래시를 많이 받은 탓에 생긴 눈병은 참을 수라도 있지만 레이싱 모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참아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뙤약볕에 서서 일하다 잠시 쉬기라도 하면 “하는 일도 없으면서 돈을 받아간다”는 수근거림이 들리곤 한다. 인터넷 기사 댓글에는 연예인이 되려고 레이싱 모델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글이 올라오기 일쑤다.
소속팀이 훌륭한 경기를 펼쳐 진심으로 응원하다가 “선수와 ‘부적절한 관계’인 것은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을 때는 가장 큰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류지혜는 레이싱 모델 대부분이 자신의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큰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류지혜는 “우리는 경기장에 사람을 불러모으고 레이싱팀과 드라이버들과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다”며 “레이싱 팀과 팬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명의 여자로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낀다”며 “전문 직업인으로서 인정받을 때 그 어떤 때보다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류지혜는 29일 망막 손상을 치료하는 안과 수술을 앞두고 있다. 카메라 플래시 불빛을 너무 자주 직접 쳐다본 탓에 생기는 레이싱 모델의 대표적인 직업병을 류지혜도 앓고 있다.
수술 때문에 올 한해는 휴식기로 보낼 계획이다.
류지혜는 앞으로 레이싱 모델이 조금 더 전문적인 직업으로 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한 회사가 한국 레이싱 모델의 일정을 거의 독점하고 있어 모델 수수료가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류지혜는 이런 문제도 레이싱의 인기가 솟아올라 곧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10∼20년 뒤에 저의 후배들이 저를 생각하면서 ‘아 그 선배님 이후 레이싱 모델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지’하도록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저희는 자동차 옆에 있는 인형이 아닙니다. 악착같이 독하게, 직업인으로서 일하겠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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