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 첫 총성 울린다

진종오, 첫 총성 울린다

입력 2010-11-13 00:00
수정 2010-11-1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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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 흘렀다. 옆 사람의 숨소리까지 들릴 듯했다. 순간 갑자기 터지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귓가를 때렸다. 대표팀의 마지막 훈련이 열린 12일 광저우 아오티 사격장.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1·KT)는 총성이 울리는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과녁의 중앙을 살짝 빗나갔다. 다시 한번 50m 떨어진 과녁을 향해 정조준한다. 머릿속을 비우고 과녁에만 집중한다. 무념무상. 이번엔 명중이다. 잠깐이지만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흘렀다.

결전의 날이 코앞이다. 진종오는 13일 오후 2시 남자 사격 권총 50m 결승전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이미 세계 최고의 기량을 보유한 만큼 금빛 낭보를 기대해봄 직하다. 2년 전 베이징올림픽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같은 종목에서 금 맛을 봤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는 10m 공기권총 개인전 동메달과 50m 권총 단체전 은메달에 그쳤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는 50m 권총에서 6위, 10m 공기권총에서 3위였다. 징크스라면 징크스다. 이번엔 반드시 깬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 있다. 라이벌인 북한의 김정수(33)와 일본의 마쓰다 도모유키(35)다. 김정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50m 권총 은메달, 10m 공기권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메달을 모두 박탈당한 바 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진종오가 매번 뒤졌다. 2002년과 2006년 대회 모두 10m 공기권총에서 김정수가 2위, 진종오가 3위였다. 마쓰다는 최근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8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을 모두 석권, 2관왕에 올랐다. 진종오는 50m 권총 24위, 10m 공기권총에서 3위였다.

사격은 순간적인 집중력이 관건이다. 막판에 누가 웃을지 아무도 모른다. 훈련을 마친 진종오는 곧바로 사격장을 빠져나왔다. 훈련 전에는 긴장을 풀기 위해 간간이 동료들과 웃으며 대화도 나눴지만, 훈련을 마친 뒤에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대표팀 훈련에 이어 북한 대표팀이 마지막 훈련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초조한 기색을 숨길 수는 없다.

진종오는 남북 맞대결을 펼칠 김정수를 일부러 쳐다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굳게 다문 입술 탓일까. 가까이 다가가기조차 어려웠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대표팀 전체에 날 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선수들은 마지막 훈련 종료와 동시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선수단 전체에 인터뷰 금지령이 내려진 것. 자칫 잘못하면 선수들의 정신상태를 흩트려 놓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진종오를 지도하고 있는 50m·10m 권총 대표팀 김선일 감독은 “진종오의 컨디션은 아주 좋다. 하지만 사격은 마지막까지 가봐야 안다. 그래도 한번 기대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광저우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2010-11-1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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