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프리카월드컵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한국-나이지리아 경기가 열린 23일 서울 주요 응원 장소에는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의 쾌거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응원 함성이 새벽 내내 이어졌다.
새벽에 경기가 치러진 탓에 서울의 응원 인원은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전 당시의 절반(26만1천여명)에 그쳤으나,밤잠을 자지 않은 이들의 응원 열기는 그때보다 훨씬 뜨거웠다.
<2010월드컵> 두번째골 열광하는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3일 오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 경기를 응원온 붉은악마 응원단과 시민들이 경기후반 박주영이 한국의 두번째 골을 성공하자 환호하고 있다.
☞[화보]해냈다! 16강!…한국-나이지리아전
☞[화보]“행복하다”…대한민국 드디어 ‘원정 첫 16강 진출!!’
2대2 무승부로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서울광장과 코엑스 영동대로,서울 월드컵 경기장 등 주요 응원장에서는 주변 거리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환호성이 새벽 공기를 갈랐다.
●’1인 응원’ 나이지리아인에 기념촬영 쇄도
이날 서울광장에서는 나이지리아인 영어교사 아브라함(28)씨가 혼자 초록색 옷을 입고 ‘1인 고국 응원’에 나섰다가 뜻밖의 유명세를 탔다.
2-2 무승부로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광장의 응원객이 잇따라 아브라함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부탁한 것.
23일 서울광장에서 ‘1인 나이지리아 응원단’ 아브라함 오예오(28.영어교사.중앙)씨가 경기가 끝나고 광장의 응원객들과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
그와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은 안세명(20.대학생)씨는 “붉은 인파 속에 홀로 나이지리아 응원을 하는 모습이 대담하고 멋져 보였다”고 했다.
아브라함씨는 “경기는 져서 슬프지만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서 행복하다. 사진을 1백장 넘게 찍은 것 같은데 타(他)문화에 열린 한국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웃었다.
●‘눈 좀 붙이다 응원’…텐트족 등장
경기가 새벽에 열리는 점을 고려해 일부 시민들은 텐트를 치고 기다리다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다.
여의도 인근 응원장에는 대형 스크린 주변에 텐트 6∼7개가 눈에 띄었으며 한국팀의 첫 골이 터지자 응원 함성에 천막 전체가 들썩이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텐트 안에 앉아있던 회사원 김영오(39)씨는 “내일 아침에 출근해야 하고 아이들도 학교 가야 해 눈도 잠시 붙일 겸 응원장에 텐트를 쳤다.응원 분위기가 너무 일찍 가열돼 잠은 전혀 못 잤다”고 웃었다.
●새벽 경기에 24시간 편의점 특수
새벽에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아 24시간 편의점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2010 월드컵>16강이다
(인천=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23일 아침 인천 문학경기장에 모였던 응원단이 남아공 월드컵 한국팀의 세번째 경기인 대 나이지리아 전이 끝난 후 한국팀의 첫 원정 16강 진출을 축하하며 춤을 추고 있다.
경기를 1시간 정도 앞두자 영동대로 응원장 바로 옆의 한 편의점에는 손님들이 문밖에서 50여m까지 늘어서 줄을 섰다.
남자친구와 함께 응원하러 왔다는 홍수정(26.여)씨는 “술안주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줄이 잘 줄어들지 않는다.필요한 물품이 동이 날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인근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경기가 늦게 시작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매출이 정말 좋다.시간당 매출액이 평일 하루치와 맞먹을 정도다”며 월드컵 특수를 반겼다.
‘반짝 특수’를 노려 편의점 인근의 제과점 등도 밤새 문을 연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응원야식 튀김닭 ‘불티’
조별 예선 1,2 차전을 거치며 튀김닭 주문이 폭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탓인지 이번 응원장소에는 치킨 상인이 크게 늘었다.
영동대로 노점에 튀긴 닭을 담은 봉투 20여개를 내놓은 김모(41)씨는 “치킨이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에 오늘만 임시로 치킨 장사를 했다.경기 끝나기 전에 다 팔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광화문 태평로에서 바비큐 통닭을 팔던 최모(42)씨도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준비한 60마리를 거의 다 팔았다”고 웃었다.
●중·고생도 시험 걱정 잠시
중·고교 기말고사를 앞둔 상황에서도 일부 학생들은 ‘원정 첫 16강의 현장을 꼭 보고 싶다’며 공부를 잠시 뒤로 미룬 채 응원전에 합류했다.
서울광장에서 구호를 외치던 위정수(15.아현중3)양은 “이틀 뒤 기말고사인데 자정까지 공부하다 왔다.오늘 응원 왔으니 시험 전까지 밤을 새우며 책을 볼 생각이다”고 웃었다.
매너도 16강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23일 울산 체육공원 호반광장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야외 응원전을 마친 시민들이 쓰레기를 한 곳에 모으고 있다.
인천에서 서울광장까지 왔다는 이창희(18.동산고2년)군도 “친구들 7명과 함께 역사적인 순간을 보고 싶어 왔다.시험도 중요하지만,태극전사들을 꼭 응원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 교복 차림으로 응원하던 박서희(15.신반포중3)양도 “아침에 바로 학교에 가려고 미리 준비하고 왔다.다음주 시험도 걱정되지만 16강 진출이 눈앞이라 시간이 안 아깝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노상방뇨 ‘꼴불견’도
응원행사에 인파가 몰리면서 현장의 간이 화장실이 붐비자 일부 남성들이 길가에서 몰래 생리현상을 해결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서울광장과 한강시민공원 등의 임시 화장실은 전반전이 끝나자 칸마다 50∼60명의 시민이 줄을 설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변을 참지 못한 일부 남성은 건물 뒤와 골목,주차장 안 등을 찾아 노상방뇨를 했다.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는 남자 수십명이 올림픽대로 방향 둔덕에서 일렬로 서 버젓이 소변을 보는 꼴불견도 있었다.
화장실에서 줄을 기다리던 대학생 김수선(21.남)씨는 “급하더라도 조금 참다가 경기 시작 후 사람이 줄면 생리현상을 해결할 생각이다.다소 힘들지만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뻐서 집에 못 가’ 사진 찍고 드러눕고
16강 쾌거에 많은 시민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집에 가지 않고 응원장 곳곳에서 기차놀이 등을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북문 광장에는 오전 5시50분께에도 300∼400여명이 부부젤라를 불며 ‘대한민국’ 구호를 외쳤다.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응원장에서도 시민 100여명이 남아 응원가를 부르고, 친구나 가족과 기념촬영을 했다.
서울광장에서는 응원객 100여명이 기차놀이를 했고, 일부 시민은 광장 잔디밭에 드러누워 ‘이겼다’ ‘16강 갔다’ 등의 환호성을 외쳤다.
● 서울광장서 ‘꼭지점 댄스’ 부활
첫 원정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서울광장에서는 일부 시민이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유행한 ‘꼭지점 댄스’를 다시 추며 태극전사의 선전을 축하했다.
<2010월드컵> 응원의 도가니
(서울=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23일 오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 경기를 앞두고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나와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붉은 티를 입은 남녀 7명이 경기가 종료되자 광장 곳곳을 돌며 3∼4분씩 꼭지점 댄스를 추고 여기에 시민 10여명이 가세한 것.
댄스에 참여하던 변정은(26.여.회사원)씨는 “이기든 지든 꼭지점 댄스를 꼭 한번 추고 싶었다. 16강 진출 낭보 덕에 흥이 더 난다”며 활짝 웃었다.
●새벽 찬 공기에 따뜻한 컵라면·커피 인기
영상 10도 후반의 다소 쌀쌀한 새벽 기온에 장기간 응원전을 펼치다 경기 종료 후 추위에 떠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 인근 편의점에는 경기가 끝나자 오한을 견디려고 컵라면과 따뜻한 커피, 두유 등을 찾는 사람들이 몰렸다.
여의도 응원장에서도 노출이 심한 복장의 20대 여성 4명이 추위를 못 이겨 서로 부둥켜안았고, 다른 시민 수십명은 은색 돗자리를 뒤집어썼다.
반바지에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나온 최민호(30)씨는 “생각보다 추워서 당황했다. 추위를 이기려고 더 열심히 응원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넥타이 부대도 다함께 “대한민국”
상당수 직장인은 경기 시간이 새벽인 점을 고려해 거리 응원을 마치고 곧바로 회사로 가려고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출근복장 차림으로 응원전에 참여했다.
코엑스 앞 영동대로 응원장에서 만난 와이셔츠 차림의 회사원 김경근(31)씨는 “거리응원에 나오려 일부러 야근했다.경기 끝나면 회사 근처 사우나에서 씻고 잠시 눈을 붙였다 출근할 생각이다”며 활짝 웃었다.
밤샘 응원에 전력하려고 아예 휴가를 낸 직장인들도 있었다.
붉은 옷을 입고 영동대로에 나타난 회사원 박민수(34)씨는 “맘껏 응원하려고 아예 휴가를 냈다.16강을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라서 집에 있지 않고 응원현장에 왔다”고 말했다.
●출근 지하철서도 ‘그때 감독 다시 한번’
23일 새벽 응원전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DMB 서비스로 경기 주요 장면을 보며 첫 원정 16강 진출의 감격을 뒤늦게 만끽했다.
많은 승객은 들뜬 표정으로 태극전사들의 득점 순간을 얘기하며 남은 경기에서도 선전하기를 기원했다.
철야 응원전을 끝내고 객석에서 태극기를 덮고 조는 붉은 셔츠 차림의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직장 월드컵 응원 배려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이 새벽 경기를 보며 응원할 수 있도록 오전 회의를 연기하거나 하루 월차를 배려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IT업체에 다닌다는 정승민(28.여)씨는 “아침에 예정된 기획회의가 오후 3시 이후로 미뤄졌다.오전에 알아서 쉬면서 기력을 찾으라는 배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 응원장에서 만난 부품가공업체 대표 송승병(32)씨는 경기를 보려는 사람이 많자 회사 전 직원에게 하루 휴가를 줬다고 전했다.
그는 “괜히 회사에 출근해 꾸벅꾸벅 조는 것보다 제대로 쉬면서 응원에 집중하는 게 오히려 장기적인 능률을 높인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연합뉴스
새벽에 경기가 치러진 탓에 서울의 응원 인원은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전 당시의 절반(26만1천여명)에 그쳤으나,밤잠을 자지 않은 이들의 응원 열기는 그때보다 훨씬 뜨거웠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3일 오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 경기를 응원온 붉은악마 응원단과 시민들이 경기후반 박주영이 한국의 두번째 골을 성공하자 환호하고 있다.
<2010월드컵> 두번째골 열광하는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3일 오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 경기를 응원온 붉은악마 응원단과 시민들이 경기후반 박주영이 한국의 두번째 골을 성공하자 환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3일 오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 경기를 응원온 붉은악마 응원단과 시민들이 경기후반 박주영이 한국의 두번째 골을 성공하자 환호하고 있다.
☞[화보]해냈다! 16강!…한국-나이지리아전
☞[화보]“행복하다”…대한민국 드디어 ‘원정 첫 16강 진출!!’
2대2 무승부로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서울광장과 코엑스 영동대로,서울 월드컵 경기장 등 주요 응원장에서는 주변 거리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환호성이 새벽 공기를 갈랐다.
●’1인 응원’ 나이지리아인에 기념촬영 쇄도
이날 서울광장에서는 나이지리아인 영어교사 아브라함(28)씨가 혼자 초록색 옷을 입고 ‘1인 고국 응원’에 나섰다가 뜻밖의 유명세를 탔다.
2-2 무승부로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광장의 응원객이 잇따라 아브라함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부탁한 것.

연합뉴스
23일 서울광장에서 ‘1인 나이지리아 응원단’ 아브라함 오예오(28.영어교사.중앙)씨가 경기가 끝나고 광장의 응원객들과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그와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은 안세명(20.대학생)씨는 “붉은 인파 속에 홀로 나이지리아 응원을 하는 모습이 대담하고 멋져 보였다”고 했다.
아브라함씨는 “경기는 져서 슬프지만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서 행복하다. 사진을 1백장 넘게 찍은 것 같은데 타(他)문화에 열린 한국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웃었다.
●‘눈 좀 붙이다 응원’…텐트족 등장
경기가 새벽에 열리는 점을 고려해 일부 시민들은 텐트를 치고 기다리다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다.
여의도 인근 응원장에는 대형 스크린 주변에 텐트 6∼7개가 눈에 띄었으며 한국팀의 첫 골이 터지자 응원 함성에 천막 전체가 들썩이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텐트 안에 앉아있던 회사원 김영오(39)씨는 “내일 아침에 출근해야 하고 아이들도 학교 가야 해 눈도 잠시 붙일 겸 응원장에 텐트를 쳤다.응원 분위기가 너무 일찍 가열돼 잠은 전혀 못 잤다”고 웃었다.
●새벽 경기에 24시간 편의점 특수
새벽에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아 24시간 편의점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인천=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23일 아침 인천 문학경기장에 모였던 응원단이 남아공 월드컵 한국팀의 세번째 경기인 대 나이지리아 전이 끝난 후 한국팀의 첫 원정 16강 진출을 축하하며 춤을 추고 있다.
<2010 월드컵>16강이다
(인천=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23일 아침 인천 문학경기장에 모였던 응원단이 남아공 월드컵 한국팀의 세번째 경기인 대 나이지리아 전이 끝난 후 한국팀의 첫 원정 16강 진출을 축하하며 춤을 추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23일 아침 인천 문학경기장에 모였던 응원단이 남아공 월드컵 한국팀의 세번째 경기인 대 나이지리아 전이 끝난 후 한국팀의 첫 원정 16강 진출을 축하하며 춤을 추고 있다.
경기를 1시간 정도 앞두자 영동대로 응원장 바로 옆의 한 편의점에는 손님들이 문밖에서 50여m까지 늘어서 줄을 섰다.
남자친구와 함께 응원하러 왔다는 홍수정(26.여)씨는 “술안주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줄이 잘 줄어들지 않는다.필요한 물품이 동이 날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인근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경기가 늦게 시작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매출이 정말 좋다.시간당 매출액이 평일 하루치와 맞먹을 정도다”며 월드컵 특수를 반겼다.
‘반짝 특수’를 노려 편의점 인근의 제과점 등도 밤새 문을 연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응원야식 튀김닭 ‘불티’
조별 예선 1,2 차전을 거치며 튀김닭 주문이 폭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탓인지 이번 응원장소에는 치킨 상인이 크게 늘었다.
영동대로 노점에 튀긴 닭을 담은 봉투 20여개를 내놓은 김모(41)씨는 “치킨이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에 오늘만 임시로 치킨 장사를 했다.경기 끝나기 전에 다 팔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광화문 태평로에서 바비큐 통닭을 팔던 최모(42)씨도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준비한 60마리를 거의 다 팔았다”고 웃었다.
●중·고생도 시험 걱정 잠시
중·고교 기말고사를 앞둔 상황에서도 일부 학생들은 ‘원정 첫 16강의 현장을 꼭 보고 싶다’며 공부를 잠시 뒤로 미룬 채 응원전에 합류했다.
서울광장에서 구호를 외치던 위정수(15.아현중3)양은 “이틀 뒤 기말고사인데 자정까지 공부하다 왔다.오늘 응원 왔으니 시험 전까지 밤을 새우며 책을 볼 생각이다”고 웃었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23일 울산 체육공원 호반광장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야외 응원전을 마친 시민들이 쓰레기를 한 곳에 모으고 있다.
매너도 16강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23일 울산 체육공원 호반광장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야외 응원전을 마친 시민들이 쓰레기를 한 곳에 모으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23일 울산 체육공원 호반광장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야외 응원전을 마친 시민들이 쓰레기를 한 곳에 모으고 있다.
인천에서 서울광장까지 왔다는 이창희(18.동산고2년)군도 “친구들 7명과 함께 역사적인 순간을 보고 싶어 왔다.시험도 중요하지만,태극전사들을 꼭 응원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 교복 차림으로 응원하던 박서희(15.신반포중3)양도 “아침에 바로 학교에 가려고 미리 준비하고 왔다.다음주 시험도 걱정되지만 16강 진출이 눈앞이라 시간이 안 아깝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노상방뇨 ‘꼴불견’도
응원행사에 인파가 몰리면서 현장의 간이 화장실이 붐비자 일부 남성들이 길가에서 몰래 생리현상을 해결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서울광장과 한강시민공원 등의 임시 화장실은 전반전이 끝나자 칸마다 50∼60명의 시민이 줄을 설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변을 참지 못한 일부 남성은 건물 뒤와 골목,주차장 안 등을 찾아 노상방뇨를 했다.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는 남자 수십명이 올림픽대로 방향 둔덕에서 일렬로 서 버젓이 소변을 보는 꼴불견도 있었다.
화장실에서 줄을 기다리던 대학생 김수선(21.남)씨는 “급하더라도 조금 참다가 경기 시작 후 사람이 줄면 생리현상을 해결할 생각이다.다소 힘들지만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뻐서 집에 못 가’ 사진 찍고 드러눕고
16강 쾌거에 많은 시민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집에 가지 않고 응원장 곳곳에서 기차놀이 등을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북문 광장에는 오전 5시50분께에도 300∼400여명이 부부젤라를 불며 ‘대한민국’ 구호를 외쳤다.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응원장에서도 시민 100여명이 남아 응원가를 부르고, 친구나 가족과 기념촬영을 했다.
서울광장에서는 응원객 100여명이 기차놀이를 했고, 일부 시민은 광장 잔디밭에 드러누워 ‘이겼다’ ‘16강 갔다’ 등의 환호성을 외쳤다.
● 서울광장서 ‘꼭지점 댄스’ 부활
첫 원정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서울광장에서는 일부 시민이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유행한 ‘꼭지점 댄스’를 다시 추며 태극전사의 선전을 축하했다.

(서울=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23일 오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 경기를 앞두고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나와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2010월드컵> 응원의 도가니
(서울=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23일 오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 경기를 앞두고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나와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23일 오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 경기를 앞두고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나와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붉은 티를 입은 남녀 7명이 경기가 종료되자 광장 곳곳을 돌며 3∼4분씩 꼭지점 댄스를 추고 여기에 시민 10여명이 가세한 것.
댄스에 참여하던 변정은(26.여.회사원)씨는 “이기든 지든 꼭지점 댄스를 꼭 한번 추고 싶었다. 16강 진출 낭보 덕에 흥이 더 난다”며 활짝 웃었다.
●새벽 찬 공기에 따뜻한 컵라면·커피 인기
영상 10도 후반의 다소 쌀쌀한 새벽 기온에 장기간 응원전을 펼치다 경기 종료 후 추위에 떠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 인근 편의점에는 경기가 끝나자 오한을 견디려고 컵라면과 따뜻한 커피, 두유 등을 찾는 사람들이 몰렸다.
여의도 응원장에서도 노출이 심한 복장의 20대 여성 4명이 추위를 못 이겨 서로 부둥켜안았고, 다른 시민 수십명은 은색 돗자리를 뒤집어썼다.
반바지에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나온 최민호(30)씨는 “생각보다 추워서 당황했다. 추위를 이기려고 더 열심히 응원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넥타이 부대도 다함께 “대한민국”
상당수 직장인은 경기 시간이 새벽인 점을 고려해 거리 응원을 마치고 곧바로 회사로 가려고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출근복장 차림으로 응원전에 참여했다.
코엑스 앞 영동대로 응원장에서 만난 와이셔츠 차림의 회사원 김경근(31)씨는 “거리응원에 나오려 일부러 야근했다.경기 끝나면 회사 근처 사우나에서 씻고 잠시 눈을 붙였다 출근할 생각이다”며 활짝 웃었다.
밤샘 응원에 전력하려고 아예 휴가를 낸 직장인들도 있었다.
붉은 옷을 입고 영동대로에 나타난 회사원 박민수(34)씨는 “맘껏 응원하려고 아예 휴가를 냈다.16강을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라서 집에 있지 않고 응원현장에 왔다”고 말했다.
●출근 지하철서도 ‘그때 감독 다시 한번’
23일 새벽 응원전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DMB 서비스로 경기 주요 장면을 보며 첫 원정 16강 진출의 감격을 뒤늦게 만끽했다.
많은 승객은 들뜬 표정으로 태극전사들의 득점 순간을 얘기하며 남은 경기에서도 선전하기를 기원했다.
철야 응원전을 끝내고 객석에서 태극기를 덮고 조는 붉은 셔츠 차림의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직장 월드컵 응원 배려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이 새벽 경기를 보며 응원할 수 있도록 오전 회의를 연기하거나 하루 월차를 배려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IT업체에 다닌다는 정승민(28.여)씨는 “아침에 예정된 기획회의가 오후 3시 이후로 미뤄졌다.오전에 알아서 쉬면서 기력을 찾으라는 배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 응원장에서 만난 부품가공업체 대표 송승병(32)씨는 경기를 보려는 사람이 많자 회사 전 직원에게 하루 휴가를 줬다고 전했다.
그는 “괜히 회사에 출근해 꾸벅꾸벅 조는 것보다 제대로 쉬면서 응원에 집중하는 게 오히려 장기적인 능률을 높인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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