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통화 “화려한 날은 가고”…휴대전화에서 전면 무료화

음성통화 “화려한 날은 가고”…휴대전화에서 전면 무료화

입력 2015-06-01 13:35
업데이트 2015-06-0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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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유·무선통화 무제한 전환 완료…데이터 중심 시대 ‘활짝’

1885년 국내에 전신전화 서비스가 시작된 된 이래 오랜 세월 통신의 전부이다시피 했던 음성통화가 스마트폰 보편화로 촉발된 데이터의 공습에 밀려 급속도로 힘을 잃고 있다.

지난 달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은 KT가 1일 유무선 음성통화 무제한 조건을 가장 낮은 요금제인 2만9천900원 요금제까지 확대함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유무선 음성통화가 전면 무료화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당초 지난달 8일 무선 음성 통화와 문자는 기본으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선택할 수 있게끔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전격 출시한 KT는 국내 통신 시장을 패러다임을 음성에서 데이터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음성통화 공짜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 요금제는 유선 통화의 경우 월 요금 5만9천900원 이상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만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늦게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은 SK텔레콤은 지난 달 20일 모든 요금제에서 무선 뿐 아니라 유선통화까지 기본으로 제공하는 강수를 두며 음성통화 전면 무제한의 물꼬를 텄다.

이후 지난 달 LG유플러스가 기존 무선통화에 국한한 자사 데이터 요금제의 무제한 혜택을 유선통화로까지 넓힌 뒤 KT까지 이에 가세하며 국내 이동통신 업계의 음성통화 전면 무료 시대가 완성됐다.

다시 말하면 130년 동안 통신의 주축으로 위세를 떨치던 음성통화가 스마트폰의 탄생과 함께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이터의 도도한 흐름에 떠밀려 주도권을 상실한 셈이다.

동네에서 유일한 전화를 보유한 이장 집에서 서울로 유학간 아들 목소리를 듣기 위해 수 십 분을 기다리고, 앞 사람이 공중전화를 오래 쓴다고 칼부림이 나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 음성 통화가 최초로 시작된 것은 구한말부터다. 고종 22년인 1885년 이 땅에 최초의 전화국인 ‘한성전보총국’(KT의 전신)이 서울 광화문에 창설됐고, 1887년 독자적 전기통신 관청인 조선전보총국이 설립된 뒤 1896년 10월 궁내부와 각 부처, 인천감리(감옥) 간에 음성 통화가 이뤄지며 국내 최초의 음성 통화가 개통됐다. 이후 1902년 3월에는 한성(서울)과 인천 간 민간 전화가 개통됐으나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근대 통신은 다시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긴 터널을 지나 1962년 서울 시내에 옥외 무인공중전화기가 확산되면서 공중전화 업무가 본격화된 뒤 1966년에는 국산화된 설비로 서울 시내 전화 1천회선이 개통됐다. 이후 시장이 빠르게 커져 1969년 7월에는 가입자 50만명을 돌파했으나 1970년대 들어서며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 탓에 전화 보급률은 전체 가구 대비 10%를 넘지 못하며 만성적인 적체 현상을 보였다.

1980년대 들어 KT의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가 공식 출범하면서 비로소 유선전화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 1987년 전화시설 1천만 회선을 돌파하며 1가구 1전화 시대가 열렸다.

1980년대 초반에는 통신 시장에 삐삐라 불리던 무선호출서비스가 시작됐고, 1984년에는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전신)이 설립되며 이동통신 시대의 막이 열렸다.

1996년에는 PCS사업이 개시되며 이동통신 시장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고, 2003년에는 이동통신 가입자 3천400만명, 보급률은 70%를 넘어가면서 유선통신은 무선통신에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줬다.

이후 2009년 KT가 국내 처음으로 아이폰을 도입한 것을 신호탄으로 개막된 스마트폰 시대는 통신 산업은 물론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동통신 3사의 LTE 서비스가 개시된 2011년 중반부터는 스마트폰과 고도화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활용이 본격화되며 기존 통신 시장의 주축이던 음성통화는 데이터에 빠르게 그 자리를 내줬고, 결국 이동통신 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음성통화는 뒷전으로 완전히 밀리는 처지가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유선전화에서 유선이나 무선으로의 통화에는 과금을 하고 있으나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집전화가 급감하며 지금은 사실상 무선통신의 시대”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은 것은 음성통화의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경쟁의 축을 데이터로 완전히 옮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앞으로 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서비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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