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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가뭄 비상> “가뭄에 빗물 다 흘려보내는 건 돈 버리는 것”

<가을가뭄 비상> “가뭄에 빗물 다 흘려보내는 건 돈 버리는 것”

입력 2015-10-07 09:28
업데이트 2015-10-0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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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박사’ 한무영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장 인터뷰

“가뭄에 허덕인다면서 빗물을 다 흘려보내는 것은 돈을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빗물을 모으면 얼마나 쓸 데가 많은데, 줄줄 흘려보내는 건 어리석은 일 아닙니까.”

한무영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장은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빗물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에게 빗물은 곧 돈이고, 자원이다. 원래 수(水) 처리가 전공인 그는 2000년께 찾아온 가뭄 때 빗물의 중요성을 깨닫고 빗물 활용에 눈을 돌렸다.

한 교수의 노력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들어선 주상복합 ‘스타시티’ 지하에 3천t 규모의 빗물 저장시설을 지었을 때였다.

주변 지역의 잦은 침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빗물을 활용해 물을 절약한 공로로 그는 국내외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이 시설을 벤치마킹하러 오고 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의 물관리 패러다임이 가뭄보다는 홍수 일변도로 맞춰져 있는 것이 가장 문제라며 홍수와 가뭄을 함께 생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물관리는 비가 많이 올 때 피해를 줄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가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며 “빗물을 모으면 하천의 용량을 키우지 않고도 안전하게 물관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물 때 자주 발생하는 산불을 예방하는 데 빗물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뭄은 모두 빗물과 관련한 것”이라며 “물을 다른 방법으로 공급하기 어려운 산 중턱에 빗물을 저장하는 저류조를 만들어 비상시에 활용하면 봄, 가을철 산불에 대처하고 가뭄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빗물은 가장 효율적이고 품질이 좋은 수자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 교수는 “물 1t을 확보할 때 해수담수화는 5kwh가 들고 하수 재이용은 1.2kwh, 광역 상수는 0.24kwh의 전력이 소요되지만 빗물은 0.00012kwh밖에 안 든다”며 “빗물이야말로 에너지가 최저로 들어가는 효율적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빗물에 오염물질이 많이 있다는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조금만 처리를 하면 식수로도 쓸 수 있을 만큼 품질이 좋다는 것이 한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빗물의 나쁜 성분을 제거하려고 보니 마땅히 처리할 게 없더라”며 “빗물에 황사나 중금속도 있지만 음용수 수질 기준을 충족해 그냥 빗물을 바로 받아먹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빗물이 ‘산성비’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땅에 떨어지면 중성으로 바뀌기에 지붕에 내린 비는 그냥 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는 2007년부터 탄자니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 빗물 저장시설 60여개를 설치하며 해외에도 빗물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 식수난을 겪던 전남 신안군 기도에 빗물시설을 설치해 다음해 오스트리아의 ‘에너지 글로브 재단’이 수여하는 국제적인 환경상인 ‘에너지 글로브 어워드’ 국가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빗물관리 기술을 배우려고 그의 연구실에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등지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온다. 지금까지 그가 가르치고 있거나 그를 거쳐 간 외국인 학생만 15명이다.

그는 “빗물관리에 있어서는 세계 최초의 측우기를 만들어 낸 우리 선조가 원조”라며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빗물을 저장하고 활용하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데, 이같은 생활 속 노력이 더욱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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