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별을 만나는 방법

입력 : ㅣ 수정 : 2020-02-1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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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비쿼터스’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어디에나 존재하는’이라는 뜻으로 본래 신의 특성을 묘사하는 단어였다. 이는 역으로 현실의 존재는 ‘어디에나 존재할’ 수 없으며, 반드시 특정한 공간에 속박돼 존재함을 말해 준다. 모든 존재나 현상은 각각의 공간적 위치를 가지기 때문에 누군가를 혹은 어떤 현상을 만나기 위해서는 특정한 장소로 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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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세상의 만물은 움직이고 변화한다. 따라서 우리가 만나고자 하는 대상 혹은 현상이 움직이거나 변화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를 위해 공간적 좌표 외에 시간적 좌표 또한 필요로 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누군가와 약속을 잡을 때 어디서 만날 것인지 외에도 언제 만날 것인지, 그리고 얼마 동안 볼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 계획한 대로 만날 수 있을지는,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을 뭉뚱그려 운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무언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운의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성경 속 동방박사 이야기와 알퐁스 도데의 별, 윤동주의 별헤는 밤에 이르기까지 별은 계시, 사랑 혹은 추억 등 다양한 모습으로 문명 속 이야기들의 중요한 요소로 존재했다. 하지만 오늘날, 바로 그 인간의 문명은 인류가 일상에서 별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바로 밤을 밝히는 불빛들 때문이다. 별이 사라지면서, 인간이 우주 속 먼지와 같은 존재임을 자각하게 만들어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어 주는 별의 효과 또한 사라졌다. 공간, 시간, 운이라는 만남의 세 요소의 측면에서 밤하늘 가득한 별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앞서 말한 것처럼 도시의 불빛, 도로의 가로등, 자동차의 라이트 등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빛은 별빛을 가릴 뿐 아니라 동공을 작게 만들어 별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이를 수치화, 개념화한 빛공해라는 단어가 존재하며 이 단어로 검색할 경우 각 지역의 빛공해를 알려주는 여러 지도를 볼 수 있다. 별을 보기 위해서는 빛공해가 없는, 곧 가능한 한 인간이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

당연히 밤이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활동이 줄어드는 늦은 밤에서 새벽까지가 좋다. 달빛 또한 별을 가리므로 달 역시 피해야 한다. 그믐달에서 초승달 사이의 날이 좋지만, 상현이나 하현일 때에도 달이 진 후나 뜨기 전의 밤에 관측이 가능하다. 목표하는 장소에 도착한 뒤에 눈이 어둠에 적응하는 데 20~30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빛공해가 없는 장소를 찾아 달이 없는 한밤중에 방문하더라도 구름이 시야를 가릴 경우 모처럼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다행인 점은 대체로 구름은 매우 빠르게 움직이며, 따라서 낮에 흐렸던 날도 밤에는 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그 반대도 참이라는 것이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CES라는 전자제품 박람회가 열린다. CES 참석의 묘미는 평소 쉽게 보기 힘든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으로,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도 여기에 포함된다. 북서쪽으로 2시간을 달리면 21세기에도 인류의 흔적이 거의 없는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달과 구름의 방해가 없는 밤, 공원에 누워 30분을 기다리면, 쏟아질 듯 별들로 가득 찬 눈물나는 밤하늘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다.
2020-02-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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