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 첫 재판… 법원 안팎 인산인해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공소장 바꿔 살인죄 적용…호송버스 두들기며 분개하는 시민들
생후 16개월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양모 장모씨가 탄 호송 차량이 나오자 ‘정인이 엄마·아빠’를 자처하는 시민들이 눈을 던지고 차량을 두들기며 분노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장씨와 정인이의 양부 안모(37·불구속 기소)씨의 첫 재판이 열린 1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은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강원 원주에서 온 두 아이의 엄마 김모(33)씨는 “정인이를 위해 목소리를 내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이 자리에 왔다”면서 “아동학대를 한 사람은 인생이 끝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연차를 사용하고 법원 앞에 왔다는 박모(40)씨는 “정인이 생각이 계속 나서 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양부모한테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재판 방청권이 배부된 남부지법 3층도 시민들로 붐볐다. 사람들은 방청권을 받기 전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QR코드로 출입을 인증했다. 양천구에서 나온 공무원들이 줄을 선 시민들에게 거리두기를 해달라고 안내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도 법정 앞을 지켰다.
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 신혁재)가 심리한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양모 장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알고도 16개월 정인이의 배를 강하게 밟는 등 힘을 가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살인 혐의를 주 혐의로 삼고, 기존에 장씨에게 적용했던 아동학대치사는 예비적 혐의로 돌리고자 한다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반면 장씨 측 변호인은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살인 및 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을 고려해 재판이 열리는 본법정 외 중계법정 2곳을 마련했다. 본법정(11석)과 중계법정 2곳(각 20석)을 통틀어 일반인 방청석은 총 51석으로, 전날 813명이 응모해 15.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방청권 당첨자로 선정돼 경남 김해에서 온 최민혜(35)씨는 “정인이가 학대를 당할 때는 여행가방에 갇혀 숨진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공론화된 시기인데도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아이들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연한 녹색 수의를 입은 장씨는 긴 머리를 늘어뜨려 얼굴을 가린 채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재판부의 질문에 울먹이며 대답했다. 장씨와 안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50분 동안 내내 고개를 푹 숙였다.
방청객들은 메모지와 펜을 들고 재판 내용을 일일이 적어 가며 집중했다. 검찰이 양부모의 공소사실을 낭독할 때 울음을 애써 참는 방청객도 있었다. 중계법정에서 방청한 김모(39)씨는 “양모가 폭행은 인정하면서 학대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방임 혐의 인정한 양부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1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양부 안모씨가 재판을 마친 후 옷에 달린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채 법정을 빠져나오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장씨 변호인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하기 때문에 살인 혐의도 부인한다”고 밝혔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1-01-14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