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밀려온 고래 등처럼…목포신항에 힘없이 누운 세월호

파도에 밀려온 고래 등처럼…목포신항에 힘없이 누운 세월호

입력 2017-03-31 15:50
업데이트 2017-03-3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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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80일 만에 항구로 돌아온 세월호의 처참한 광경은 멀찍이 떨어진 목포신항 바깥에서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였다.

31일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접안한 세월호는 갑판 부분을 바다 쪽으로 두고, 파란색 선체 바닥을 부두 방향으로 드러내고 있다.

목포신항은 보안구역이기 때문에, 수습본부 관계자가 아닌 이들은 부두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 설치된 철조망 너머로밖에 세월호를 볼 수 없다.

그러나 길이 145m, 폭 22m, 6천825t급인 거대한 세월호의 모습은 철조망 너머 어디에서나 지켜볼 수 있었다.

부두 한복판에 대형 컨테이너가 ‘펜스’처럼 3층으로 쌓여있는 지점이 있지만, 3층 컨테이너 위로도 세월호 바닥은 일부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부터 내린 비가 개고 낮부터 눈이 부실 정도로 햇살이 내리쬐자, 안개 낀 하늘을 배경으로 세월호의 모습도 더 선명히 보였다.

한때 국내에 운항하는 여객선 중 최대 규모이던 세월호는 더 이상 항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힘없이 누워 있다.

세월호 바닥 곳곳은 벗겨지고, 적갈색 녹이 슬고, 진흙이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은 죽은 채 파도에 떠밀려 바닷가에 누워 있는 거대한 고래의 굽은 등을 연상시켰다.

육상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공개한 근접 사진을 보면 바다 쪽을 향한 세월호의 갑판 부분은 더 처참한 모습이다.

물 밖으로 갓 올라왔을 때의 모습과 비교하면 부식이 진행된 면적이 더 커져 마치 손대면 바스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매끈한 흰색을 뽐내던 선체 윗부분은 색칠이 벗겨지거나 각종 이물질이 달라붙어 지저분했다.

갑판은 아예 하얀 부분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선미 쪽은 철제 난간 등 각종 구조물이 구겨지고 찢긴 상태고, 인양 과정에서 제거된 왼쪽 램프(차량 출입문) 쪽에는 굴삭기와 승용차가 아찔하게 매달려 있다.

이날 목포신항에는 세월호 유가족들 외에 인근 주민들도 200여명 이상 몰려와 세월호의 처참한 광경을 목도했다.

이들은 멀찌감치 주차하고 걸어와야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스마트폰 등으로 선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세월호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입에서도 “이게 뭔 일이냐”, “저 큰 배가 넘어질 줄 누가 알았겠나”, “많이 녹슬었다. 위쪽은 더 심각하겠다”는 등의 탄식이 절로 터져나왔다.

목포시에 사는 서명자(59)씨는 “근처를 지나가다가 배가 들어왔다길래 너무 궁금해서 와봤다”며 “금방 이렇게 (인양)할 것을 왜 그렇게 3년까지 걸렸는지…”라며 안타까워했다.

서씨는 “내 자녀, 손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질 것 같다”며 “다 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목포 주민인 장쌍일(58)시도 “어른들이 전부 잘못”이라며 “몇천억이 든다 해도 건져야지, 저것을 바다에 놔두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장씨는 “2014년 4월 16일에 TV로 배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 빨리 나오라고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아는 사람이 있었으면 빨리 나오라고 전화라도 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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