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8만 4000법문은 수행·기도와 행복·해탈 등의 실천법을 제시한다. 그중 육바라밀(六波羅蜜)은 신자들이 실천해야 할 여섯 가지 해탈의 길을 일러준다. 이는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禪定)·반야(般若)를 일컫는데, 보시는 그 첫 번째 덕목이다. 지식·사랑·재산 등을 조건 없이 널리 베풀어 자비를 실천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보시를 하면서 반대급부를 바라면 부정을 타기 때문에 엄히 금하고 있다.
불가에서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는 것 역시 훌륭한 보시라며 일상생활에서 이를 적극 권장한다. 흔히 말하는 무재칠시(無財七施)다. ▲언제나 환한 얼굴로 상대를 대하는 화안시(和顔施)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을 건네는 애어시(愛語施) ▲진심어린 마음으로 축원해 주는 심려시(心慮施) ▲자애로운 눈길을 보내는 자안시(慈眼施) ▲몸으로 남의 힘든 일을 도와주는 사신시(捨身施) ▲자리를 내어주는 상좌시(床座施) ▲집 없는 사람을 재워주는 방사시(房舍施)가 그것이다. 이는 불교도가 아닌 누구라도 평소 몸에 배어 있으면 인품이 달라지는 금언이다.
좋은 뜻을 품은 보시가 갈수록 재물을 탐하는 쪽으로 물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불가에서 ‘빈자일등 부자만등’(貧者一燈 富者萬燈)이라 한 것은 재산이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많은 사람은 많은 대로 형편에 따라 성의를 표하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금을 많이 보시하는 신자는 사찰에서 예우받고 적게 내는 신자를 업신여긴다면 이는 진정한 불교정신이 아닐 터. 게다가 사찰에서 지내는 망자의 49일재, 100일재, 천도재 등이 상업화하는 것도 보기에 딱하다. 심지어 일부 스님들은 이렇게 받은 보시로 술 마시고 도박까지 하는 추태를 보여 적잖이 실망스럽다.
조계종이 연말까지 전국 2500여 사찰에서 신도들이 보시할 때 현금 말고 신용카드도 쓸 수 있게 한단다. 문화재가 있는 유명 사찰의 입장료도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다. 현금 보시로 사찰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되고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했는데,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조계종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결제를 시범 실시한 6개 사찰에서는 수입이 최고 6배까지 늘었단다. 그런데 신용시대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조계종의 움직임 또한 세속적이라는 느낌이 자꾸 드는 것은 왜일까. 하지만 시대가 변했으니 종교도 변할 수밖에…. 기왕 ‘신용카드 보시’를 받겠다면 불교의 신뢰 회복과 자정에도 적극 나섰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불가에서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는 것 역시 훌륭한 보시라며 일상생활에서 이를 적극 권장한다. 흔히 말하는 무재칠시(無財七施)다. ▲언제나 환한 얼굴로 상대를 대하는 화안시(和顔施)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을 건네는 애어시(愛語施) ▲진심어린 마음으로 축원해 주는 심려시(心慮施) ▲자애로운 눈길을 보내는 자안시(慈眼施) ▲몸으로 남의 힘든 일을 도와주는 사신시(捨身施) ▲자리를 내어주는 상좌시(床座施) ▲집 없는 사람을 재워주는 방사시(房舍施)가 그것이다. 이는 불교도가 아닌 누구라도 평소 몸에 배어 있으면 인품이 달라지는 금언이다.
좋은 뜻을 품은 보시가 갈수록 재물을 탐하는 쪽으로 물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불가에서 ‘빈자일등 부자만등’(貧者一燈 富者萬燈)이라 한 것은 재산이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많은 사람은 많은 대로 형편에 따라 성의를 표하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금을 많이 보시하는 신자는 사찰에서 예우받고 적게 내는 신자를 업신여긴다면 이는 진정한 불교정신이 아닐 터. 게다가 사찰에서 지내는 망자의 49일재, 100일재, 천도재 등이 상업화하는 것도 보기에 딱하다. 심지어 일부 스님들은 이렇게 받은 보시로 술 마시고 도박까지 하는 추태를 보여 적잖이 실망스럽다.
조계종이 연말까지 전국 2500여 사찰에서 신도들이 보시할 때 현금 말고 신용카드도 쓸 수 있게 한단다. 문화재가 있는 유명 사찰의 입장료도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다. 현금 보시로 사찰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되고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했는데,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조계종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결제를 시범 실시한 6개 사찰에서는 수입이 최고 6배까지 늘었단다. 그런데 신용시대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조계종의 움직임 또한 세속적이라는 느낌이 자꾸 드는 것은 왜일까. 하지만 시대가 변했으니 종교도 변할 수밖에…. 기왕 ‘신용카드 보시’를 받겠다면 불교의 신뢰 회복과 자정에도 적극 나섰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3-03-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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