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美국무 “당혹스럽다”
미국 공화당 경선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폭력과 외설, 불륜에 이어 후보 지명 전당대회에서의 총기소지 허용까지 거론되면서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급기야 “전 세계 지도자들이 공화당 경선 주자들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당혹스럽다”고 우려했다.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EPA 연합뉴스
EPA 연합뉴스
케리 장관은 지난주 브뤼셀 테러 직후 나온 도널드 트럼프(69)의 ‘국경 폐쇄’ , 테드 크루즈(45·텍사스) 상원의원의 ‘무슬림 커뮤니티 감시’ 발언 등을 일일이 지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아예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놨고, 크루즈는 무슬림 사회가 테러리즘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며 감시를 촉구한다고 밝혀 거센 비난을 받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경선은 현재 이전투구 양상을 띠고 있다. 크루즈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최근 터진 자신의 불륜설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소문을 퍼뜨린 배후로 트럼프를 지목했다.
그는 “트럼프와 그의 정치고문이자 행동대장인 로저 스톤의 합작품”이라며 “불륜 기사를 보도한 주간지 최고경영자와 트럼프는 절친”이라고 강조했다. 크루즈 불륜설은 지난 24일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폭로했다. 눈을 검은색 띠로 가린 여성 5명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들이 불륜을 맺은 여교사, 변호사, 창녀 등이라고 워싱턴 정가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일각에선 불륜설이 최근 경선에서 하차한 마코 루비오(44·플로리다) 상원의원의 작품이란 주장도 나온다. 온라인 매체인 ‘데일리비스트’는 루비오의 측근들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이를 제보했으나 증거가 부족해 보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공화당 경선에선 크루즈 지지단체가 트럼프의 부인인 멜라니아가 과거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 찍은 반나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크루즈의 행동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외설과 불륜이 판치는 사이 한켠에선 폭력적 분위기가 달궈지고 있다. 일부 공화당원들은 올 7월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해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총기 소지를 허용해달라며 온라인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CBS뉴스는 이날까지 4만명 가까운 당원들이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알지’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 위협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 소지를 허용한 수정헌법 2조를 거론했고, 트럼프도 이를 옹호하고 나섰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가운데 한 곳이다. 또 지난 12일 트럼프 유세장에선 지지자와 반대자 사이의 충돌로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