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짝’ 타들어간 大地…강원 산골은 ‘물과의 전쟁 중’

‘빠짝’ 타들어간 大地…강원 산골은 ‘물과의 전쟁 중’

입력 2014-07-17 00:00
수정 2014-07-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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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옆 마을로 물 동냥 하고 다닙니다. 전쟁이 따로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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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기로 농업용수 확보 안간힘
양수기로 농업용수 확보 안간힘 17일 오전 강원 화천군 하남면 논미2리 논미천에서 현장점검에 나선 최문순 화천군수와 공무원, 농민들이 말라가는 하천의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양수기로 물을 끌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논에 물을 대려고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양수기를 바라보던 최병호(59)씨는 기가 막힌 듯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17일 강원 화천군 하남면 논미리 마을 하천인 논미천은 평소 청정수가 흐르던 계곡물이지만 최근 바짝 말라버려 돌무더기와 진흙만이 가득 차 있었다.

물 부족으로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르자 화천군은 이례적으로 실·국장 회의를 이날 오전 논미천 현장에서 열었다.

타들어가는 논에 물을 대야 해 임시방편으로 논미천에 물막이로 물을 고이게 해놓고 화천군수와 직원들이 양수기로 물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벌였다.

그나마 식수는 급한 대로 급수차량으로 지원받을 수 있고 이날 늦은 오후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지만 1년 농사를 갓 시작한 들녘은 마음 돌릴 여유가 없다.

해마다 봄철이면 되풀이되는 연례행사인 물 부족 현상이나 올해는 유독 지독한 가뭄에 농민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주민 유만복(61)씨는 “이때쯤이면 벼 이삭이 나올 무렵인데 물이 안 들어가면 이삭이 작거나 여물지 않는 등 제대로 된 수확은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앞으로 찔끔 내리는 비가 아닌 많은 비가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급수 차량도 쉴 새 없이 마을과 마을을 오가며 분주한 모습이다.

이 마을에는 두 달 전부터 물이 부족해 급수차량이 마을 간이 상수도에 물을 공급하고 있었지만 약 일주일 전부터는 급수차량을 추가 투입해 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최근에는 5t 급수차 4대와 16t 1대가 하루 약 160t 이상의 물을 학교 급식소와 마을회관 등에 퍼 나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현재 화천군이 파악한 농경지 가뭄 피해는 모두 1천505ha의 경작지 가운데 2.23%인 33.5ha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인근 춘천과 원주 등 도내 대부분 상황도 마찬가지다.

평년 저수율(73%)에 절반도 못 미치는 약 30%에 불과한 춘천시 서면 신매저수지의 경우 하류는 바짝 말라버린 계곡 때문에 마을 전체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특히 평소 이 마을은 저수지 하류 계곡을 따라 이어진 음식점마다 피서객으로 붐볐지만, 올해는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

원주시 호저면 고산저수지도 모두 말라버린 채 낚시터 좌대만이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져 버린 바닥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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