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이미지. 서울신문DB
북한에 피랍된 뒤 돌아와 북한을 찬향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한 어부가 사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인과 그 가족에게 고개를 숙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3-3형사부(부장 정세진)는 지난 20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故) 송모(1929∼1989) 씨의 재심에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고인의 실형 확정 이후 51년 만이다.
송 씨는 1960년 5월 19일 어로작업을 하던 중 북한의 경비정에 피랍돼 약 일주일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후 십수 년이 지난 1973년 송 씨는 구속돼 법정에 섰다.
송 씨가 북한 노동당원으로부터 ‘북조선은 거지도 없고 실업자도 없다’, ‘골고루 잘살고 있다’ 등의 사상교육을 받고 이를 주변에 퍼뜨렸다는 게 그 이유다.
당시 법원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송 씨에게 징역 1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형기를 마친 그는 지난 1989년 사망했다.
이후 그의 딸(74)이 “아버지가 고문·협박에 못 견뎌 허위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당시 수사·재판기록과 이후 제출된 자료를 근거로 고인이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법 구금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도 인정돼 공소사실을 자백하는 취지로 한 피고인의 진술은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에 기재된 것과 같은 발언을 했더라도 지인들과 일상적인 대화에서 납북 기간 경험한 북한 사회에 대한 피상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아울러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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