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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방수 기능 탁월… 무선 고용량 데이터 전송 시대 열겠다”

“보안·방수 기능 탁월… 무선 고용량 데이터 전송 시대 열겠다”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3-06-13 23:30
업데이트 2023-06-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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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데이터 전송 솔루션 개발 유니컨 김영동 대표

컴퓨터 전공 아닌 육사 장교 출신
5년차 때 군복 벗고 경제보국 다짐
사회 나와 보니 매일 전쟁터 실감

유선 데이터 전송 신호 손실 심각
퀄컴 등 기업과 일하다 문제 발견
초고주파 기반 시제품 개발 성공

“미국의 유명 칩 설계사와 차세대 통신시스템을 개발하던 중 발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방식으로 고용량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전송할 때 신호 손실과 전자기 간섭이 발생해 프로세서와 전자기기의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 갈수록 데이터 전송 속도와 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이런 문제는 심각해진다. 우리는 고객사들이 이런 고충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솔루션을 개발했고 제품화 단계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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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동 유니컨 대표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개발한 ‘무선 칩 커넥터’를 손가락 위에 올려놓고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제품은 기존의 도체 커넥터보다 제조 원가와 부피는 줄어들고 보안과 방수 기능은 강화됐다”고 말했다. 안주영 전문기자
김영동 유니컨 대표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개발한 ‘무선 칩 커넥터’를 손가락 위에 올려놓고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제품은 기존의 도체 커넥터보다 제조 원가와 부피는 줄어들고 보안과 방수 기능은 강화됐다”고 말했다.
안주영 전문기자
● 5㎝ 이내에서 무선으로 데이터 전송

‘차세대 데이터 전송 솔루션’을 칩으로 개발한 유니컨 김영동 대표는 지난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 자리에 어른 엄지손톱의 10분의1 크기의 칩을 들고나왔다. 65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1m) 크기의 반도체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 강자이지만 비메모리 즉 시스템반도체 부문은 약하다. 그마저도 생산 공정인 ‘파운드리’ 중심으로, 반도체의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는 더욱 열악하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설계에 뛰어든 스타트업 유니컨은 회사 설립 1년 만에 케이블과 커넥터 없이도 5㎝ 이내에서 6Gbps(1Gbps는 초당 10억번의 비트를 보내는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반도체 칩을 개발했다.

디바이스의 두뇌 격인 프로세서는 디스플레이·카메라·안테나·메모리·배터리·센서·외부 포트·스피커 등과 케이블, 커넥터로 연결돼 있다. 물론 칩과 칩을 케이블로 연결하는 경우도 다수다. 이런 커넥터와 케이블은 고속·고용량 데이터 전송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신호손실과 전자기 간섭이 심각해지면서 시스템의 신호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도체 접촉 방식의 한계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 데이터 전송 솔루션은 도체가 아닌 반도체다. 회로적인 요소가 들어가기에 6Gbps 이상의 고속에서도 깨끗한 신호품질이 보장되며 주변 칩까지 통합할 수 있다. 초고주파 기반의 무선으로 보낼 수 있고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컨이 만든 제품인 ‘칩 커넥터’(트랜시버)는 고화질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스마트 팩토리, 각종 전자기기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월드 케이블 어셈블리 마켓’에 따르면 이런 제품에 들어가는 케이블과 커넥터의 글로벌 시장은 2021년 기준 210조원(1617억 달러) 규모다. 이 시장이 그의 타깃이다.

김 대표는 “현재의 케이블과 커넥터는 손실된 신호를 복원하는 칩이나 장치가 별도로 탑재돼 있다. 기기 내부에 들어 있기에 소비자들은 체감하기 어렵지만 제조사엔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의 솔루션은 현재 출시된 제품 가운데 송수신된 신호가 가장 온전하며 고객사가 기존 탑재하던 별도의 신호 복원 칩을 뺄 수 있는 수준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컨이 개발한 트랜시버는 프로세서와 각 하드웨어 또는 칩과 칩 사이를 초고주파인 밀리미터파(㎜Wave)로 연결한다. 유니컨은 초고주파를 5㎝ 내에서 무선으로 송수신할 수 있는 안테나 방식의 칩을 개발했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유니컨의 솔루션은 기존 도체 커넥터 및 케이블 대비 가격은 30% 수준, 크기는 70% 수준만큼 절감되며 전자기기 제조 과정의 무인화도 가능해 제조원가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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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방식의 한계 뛰어 넘어

회사는 작년 5월에 창립됐다. 1년 만에 칩을 뚝딱 만들 수 있을까. 그는 “도체 전송선로의 문제점을 발견한 이후 초고주파 전송 방식의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2019년 2월부터 연구와 개발을 해 왔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다 핵심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한 후 제대로 제품화하고 영업하려고 법인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기술자문을 포함해 박사 4명과 석사 8명 등 16명이다. 특허는 6개를 출원한 상태다.

김 대표의 전공은 컴퓨터나 전자가 아니라 뜻밖에도 군사학이다. 1987년 서울 출생으로 육군사관학교 66기 출신이다. 2010년 소위로 임관했다가 5년 만인 2015년 중위 때 5년차 희망전역을 신청, 군복을 벗었다. “전역 당시 경제를 통해 보국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그런데 실제로 나와 생활해 보니 사회는 군대보다 더 격전지더라. 기업은 매일 세계 최정예 부대와 싸우는 치열한 전쟁터인 걸 실감한다.”

전역 직후 초고속 커넥터와 케이블 관련 사업을 하는 업체에서 제품 관리와 마케팅을 맡으면서 데이터 전송 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퀄컴 등 글로벌 기업들과 일하다 기존 방식의 한계를 발견, 돌파구를 찾아 나선 것이다.

“기존 방식의 한계를 뚫고자 무선통신 칩 개발 전문가를 찾아보니 김창완 동아대 교수가 나왔다. 2년가량 핵심 블록을 만들고 설계해 샘플을 제작해 검증했더니 잘 작동했다. 2021년 5월 대만 TSMC에 주문한 칩을 8월에 받아 몇 달간 측정해 보니 확신이 들었다. 제대로 된 완성품을 만들고 영업도 하자고 의기투합해 김 교수와 공동 창업했다.” 한 번 주문하면 칩을 100개에서 200개 정도 받는단다. “65나노미터나 28나노미터를 한 번 찍는 데 6000만~8000만원가량 든다. 세 번의 과정 끝에 가능성을 확인하고 사업성을 확신했다.”

TSMC에 주문한 이유를 묻자 김 대표는 “몇 백개 단위의 초소량도 적기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찍어준다”고 말했다. 글로벌 칩 메이커들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삼성전자이나 애플, 퀄컴 등과 프로세서와 같은 초고난도 반도체 경쟁을 한다. 커넥터와 차폐 회로들은 직접 하지도 않는다. 우리 같은 칩은 전자제품의 메인이 아니라 부품이고 ‘빅 플레이어’들은 우리를 보고 ‘이런 것을 하는 업체도 있네’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에 엔지니어링 샘플(ES), 즉 시제품이 나왔다. 이를 토대로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칩을 만들고자 영업 중이며 일부 고객사와는 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 고객 맞춤형인 ‘커스터머 샘플’(CS)이 통과돼야 양산할 수 있다. 양산까지 적어도 1년은 소요된다.”

또 유니컨의 트랜시버는 제품을 외부 장치와 연결하는 포트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보안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자율주행 로봇이 건물 사이를 다니면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심지어 자사 내부망에도 접속한다. 어떤 이가 그 로봇의 포트에 해킹 장치를 잠시라도 꽂으면 로봇의 로그 기록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내부망도 접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의 무선 솔루션을 사용하면 포트가 외부에 표출되지 않는다. 예컨대 제조사만 로봇 내에 장착된 트랜시브의 위치를 알고 디바이스를 맞춰 업그레이드하거나 로그 기록을 뽑아 수리할 수도 있다. 그러면 로봇뿐 아니라 건물의 보안등급도 올라갈 수 있다.” 외부 포트가 없으니 방수 기능도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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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전송선로 준비에 전력투구

김 대표가 준비하는 또 다른 비장의 무기는 초고속 전송선로다. “길이 15m 이내의 비직선 구간에서의 고속 데이터 전송을 위해 지름(OD) 4㎜ 미만의 폴리머 형태의 전송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트랜시버에 내장된 안테나가 쏴 주는 무선 신호를 폴리머 극세섬유(PMF)로 가둬 목적지까지 데이터 손실 없이, 기존 신호들과의 충돌 없이 보내는 것이다. 신뢰성이 높고 제조 원가가 낮다. 사용처는 노트북과 4K 이상 초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 자율주행차 레벨4 등이 될 것이다.”

“당장은 양산 체제를 갖추기 위해 투자 유치와 고객 확보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퀄컴을 포함한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내년부터 매출을 실현할 계획이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12Gbps 트랜시버의 엔지니어링 샘플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최고 기술을 선점하고 케이블, 커넥터의 반도체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이기철 선임기자
2023-06-1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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